2018년 06월 19일
Pixel XL이 DSLR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요즘에는 굳이 비싼 카메라를 사지 않아도 아웃포커싱을 포토샵 등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다.

최근 나온 Pixel XL 폰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아웃포커싱을 구현한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꽤 봐줄만 하다.

이건 어딘가 사기 아닌가? 한번 알아보자.

그런데, 우리는 왜 아웃포커싱 사진을 좋아하는 것일까? 얉은 심도를 가져서 뒤가 흐리고, 피사체가 또렷히 보이는 것은 그 자체로 미적인 쾌감이 있다.

이러한 선호는 우리 인간 뇌 구조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 눈은 배경 뒷날림을 우리도 모르게 항상 한다.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사람이 지나가면 배경이 다 날아가버린다. 며칠 굶다가 먹을 것을 보면 그 옆의 아름다운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나만 그런가) 운전을 할때, 책을 볼때 우리는 모든 시야의 모든 것에 동등하게 집중하지 않는다.

우리가 뒷배경이 날아간 아웃포커싱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특히 이러한 뇌의 집중 경험을 재현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뇌의 이런 배경 뒷날림은 광학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안구의 크기 등을 보면, 눈 자체는 아웃포커싱을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다. 안구는 센서에게 모두 보내주지만, 전달 과정과 뇌의 프로세스 과정에서 집중하고 싶은 것만 또렷하게 해준다.

20세기에 이르러서 반쯤 우연히 사진에서 비슷한 효과를 내는 법을 발견했다. 커다란 구경의 렌즈를 사용하면 심도가 낮아져, 우리의 뇌가 주변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

거꾸로 말하면, 아웃포커싱 사진은 뇌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만들던 배경흐림을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흉내내는 것이다.

아주 같지는 않다. 물리적인 뒷 배경 흐림은 순수히 광학적 법칙에 의해 좌우되지만, 인간 뇌의 뒷배경 흐림은 무엇에 관심을 두느냐에 좌우된다. 우리는 상대방의 두 눈과 아름다운 목선에 집중을 하고 귀걸이는 무시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로만 흐림을 구현하는 카메라는 결과가 다를 것이다.

자, 그렇게 보면, 포토샵이나 Pixel카메라는 DSLR을 편법으로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by 알밭 | 2018/06/19 12:54 |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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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우굴루수 at 2018/06/21 09:12
뒷배경 흐림 보다 뒷배경 흘림이란 표현은 어떠신지요? 아웃포커싱이란 단어와 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알밭 at 2018/06/22 19:05
그럴수도 있겠네요. 주로 흐림이라고 쓰더라구요. https://namu.wiki/w/아웃포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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